위기의 원인

주로 경제적 요인들에서 비롯된 과거의 경제위기와 달리, 이번 위기는 감염병 위협으로 일부 경제활동이 마비되어 발생했다.

감염병의 발생 및 확산 과정에서 인간의 경제활동이 중요한 역할했다.

요컨대 이번 위기는 환경생태계와 인간 경제활동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일어난 것이다.

인류가 산업화 이후 최초로 경험하는 생태환경적 요인에 의해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라 볼 수있다.

즉 대규모 감염병은 코로나 이전에도 20세기 초의 스페인 독감이나 중세의 흑사병 등 여러 사례가 있다.

스페인 독감의 경우 1차 세계대전 종전기에 발생하여 당시에는 세계 경제위기라는 인식이 없었고 질병 확산 과정에서도 경제적 요인보다 군 병력 이동이 중요한 역할이다.

산업화 이후 인간의 경제활동 확대가 환경생태계에 변화를 초래하고 이것이 다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번 경우는 세계 경제위기를 초래하였다는 점에서파급력의 차원이 다르다.생태환경적 요인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 사례인 환경오염 문제 등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으나 대체로 주변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쳤다.

반면 이번 경우는 더 이상 주변적인 문제가 아닌 세계경제 위기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인간의 경제활동이 환경생태계의 변화를 통해 다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의 규모가과거와 다른 수준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팬데믹은 앞으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고 또 다른 생태환경적 위기인 기후변화의 본격화를 앞두고 있다

향후 생태환경적 요인에 의한 경제위기가 빈발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정책의 한계

통상적 경제위기(경기침체)에서는 경제정책이 침체의 정도를 완화하고 회복시점을 결정하는데 핵심적 역할이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경제적 요인이 아닌 감염병 위협이 직접적 원인이란 점에서, 감염병 위협의 크기와 그 해소 여부가 경기침체의 깊이와 길이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그만큼 경제정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며, 이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침체 억제를 위해서는 감염병 통제 노력과 경제활성화 정책 간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 사례에서 보듯 질병 통제보다 경제활성화에 과도하게 치중할 경우 감염병 확산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침체 억제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감염병 억제를 위해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극심한 침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낮다.

질병 통제와 경제활성화 간의 최적 균형점은 각 사회가 처한 여건마다 다르고 사전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경험으로부터의 학습이 중요하다.

원칙적으로, 백신 개발, 보급이 완료될 때까지 질병 확산을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로 통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경제정책은 침체의 심도를 완화하고 침체가 경제에 장기적인 내상을 입히지 않도록 하며 취약계층 생계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하다.

이번 위기에서 완전한 회복시점의 결정은 감염병 위협의 해소 여부가 결정하며 이는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과 보급에 달려 있다.

최근에는 금년말이나 내년중에 백신 개발이 완료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이나, 아직도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백신의 개발 보급이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감염병 위협 해소에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경우 그만큼 침체 장기화는 불가피하며, 정책 당국은 이같은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하다.

침체와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겠지만, 추가적으로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이를 고려한 정책 목표들간의 우선순위 설정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침체의 불균등성

이번 위기의 또 다른 특이성은 경기침체의 부문간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감염병 위협의 영향 정도에 따라 심각한 침체를 겪는 업종과 오히려 수혜를 보는 업종이 병존한다.

다수의 인원이 밀폐된 공간에 모여 소비가 이루어지는 업종은 매우 큰 타격을 받는 반면,감염병 위협의 영향이 작거나 혹은 역으로 수요창출 요인으로 작용하는 업종도 존재한다.

여객운송업이나 공연예술업, 음식숙박업 등이 전자에 해당하고, 소위 언택트 관련 업종이나 혹은 언택트를 지원하는 일부 IT업종, 감염병 대응과 관련된 제약업 등은 후자의 사례이다.

또한 감염병 위협의 영향이 가장 큰 대면형 서비스 업종은 영세자영업의 비율이 높아 이번 위기에서는 영세자영업 종사자와 같은 상대적 취약계층이 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정한다.

침체의 부문간 편차는 감염병에서 유래하는 경기침체의 전형적 특징으로 과서 사스(SARS) 당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홍콩의 사례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 홍콩경제는 GDP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으나 산업별로는 피해가 일부 업종에 집중되었고 상당수 업종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번 코로나19는 사스와 달리 전세계로 확산되어 피해 업종의 범위가 훨씬 더 넓지만 업종간피해의 편차는 마찬가지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 정책에도 경기침체의 부문간 편차를 활용할 필요하다.

경기침체 속에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들 업종에 신규 고용의 잠재수요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특히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해고억제 정책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호황업종의 신규고용 잠재수요를 활용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장기적 영향

통상적 경기침체와 달리 이번 위기는 경제사회에 장기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 경기변동에서의 경기침체는 경제에 장기적으로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대공황과 같은 초대형 경제위기는 중장기적 변화를 낳다.

이번 위기는 주요 선진국 경기침체의 심도에서 대공황에 버금가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행동에 커다란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 이후의 장기 변화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포스트 코로나 담론이 제기된 바 있으나 여기서는 세 가지 정도만 언급하고자 한다.

이번 위기는 사람들의 행태 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산업 및 경제구조의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구조변화의 방향을 예측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아울러 구조변화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산업정책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이번 위기의 경험이나 향후 유사 위기의 가능성은 기업의 공급망 구축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세계 교역구조나 글로벌 밸류 체인(GVC), 주요 교역국의 경제구조 등에도 장기적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이번 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전례없는 규모의 재정투입과 새로운 정책을 통해 침체 억제를위해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이같은 경험은 장기적으로 경제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이다.

위기 대응 과정에서의 대규모 재정지출, 적극적 고용지원이나 재난기본소득 등 새로운 정책의 시행, 감염병 위협 속에서 필수 서비스, 노동력의 중요성이나 불평등 문제의 부각, 재정적자의 급증과 공급망 차질 속에서도 저물가가 유지된 경험 등은 경제정책을 둘러싼 인식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있다.

대체로 재정정책의 강화,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경계 약화, 고용과 불평등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 강화, 정부 역할의 확대와 같은 방향의 변화를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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